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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수트 - 그 섹시함에 대하여

서경이 2007. 4. 24. 15:31

제가 이십 대였을 때는

깔끔한 셔츠(와이셔츠 말고 캐주얼한 셔츠)를 자연스럽게 입고

단추 두세 개쯤 플어놓아 그 가슴팍이 언뜻언뜻 보이는 게

남자가 가장 섹시해보였답니다.

그떈 수트 입은 남자에겐 전혀 로망이 없었죠.

그러다 서른을 넘기고 남편이 수트가 잘 어울리는 나이가 되고 보니

이제는 정말 깔끔하게 떨어지는 라인을 유지하며 수트를 차려 입은

남자가 가장 섹시해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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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하며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거나
남자들의 수트 차림을 관찰해보면 정말 성의가 없습니다.
유행이나 브랜드를 떠나 자신의 체형에 정말 잘 맞는
수트를 제대로 입어주는 그 성의!
남자가 나이가 들면서 가장 잘 어울리고 가장 멋있어 보일 수 있는
아이템이 수트라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슬픕니다. T T
그럼 어떻게 입어야 수트를 제대로 입었다고 할 수 있을까나?
한 평생을 남자 수트만 만들었던
울 아버지께 주워들었던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울 아버지는 직업이 직업이라
수트를 제대로 못 입은 거 보면 정말 참질 못하시죠.
오죽하면 울 신랑이 처음 인사 왔을 때(그떈 정말 어렸거든요)
입고 온 재킷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고 그날 당장 수트 한 벌
제작했을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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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원단으로 만들어진 수트를 고르세요.
여성복의 원단과는 달리 남성복의 원단은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100%울이어도 최상급은 구김도 많이 가지 않고 폼 나게 떨어지는 맛을 제대로 보여주죠. 원단에는 아낌없이 투자하세요.
 
2. 소매와 어깨선이 자신의 몸에 맞아야 합니다.
정장 수트는 루즈한 맛으로 입는 캐주얼 재킷이 아니기 때문에 약간만 커도 삼촌 꺼 빌려 입은 것 같답니다.
 
3. 가슴 부분에 굴곡이 없이 팽팽해야 합니다.
남성의 심볼은 딴 부분(?)도 있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광활한 대지처럼 딱 펼쳐진 남자의 가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자들끼리 안을 때와 달리 남자와 안고 있을 때 그 느낌이 다르죠. 그 중요 부분을 깔끔하고 팽팽하게 잡아줄 수 있어야 전체적인 수트가 안정적으로 느껴집니다.
 
4. 등과 어깨의 선도 자신의 체형에 맞아야 합니다.
브랜드에서 만든 기성복을 입는 것이 추세라 이 부분이 사실 잘 맞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체형은 다 다른데(젖혀진 어깨, 솟은 어깨, 약간 처진 어깨, 약간 굽은 등) 다양한 스타일을 기성복은 충족시킬 수가 없이 표준 사이즈로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말 이 부분이 잘 안 맞아서 등에 굴곡이나 라인이 생기거나 보기 싫게 떠 있으면 정말 스타일 안 나옵니다.
 
5. 등과 옆부분이 너무 여유 있으면 곤란합니다.
예전 한때 이렇게 옆부분이 엄청 풍성한 스타일이 잠깐 유행하기도 했었는데 이건 정말 아닙니다. 등과 옆부분이 너무 여유 있으면 그 옷과 몸이 따로 놀게 됩니다. 몸 전체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피트되어야 합니다.
 
6. 바지 길이는 복숭아 뼈 아래로 내려올 정도가 적당합니다.
바지 길이가 너무 길어도, 너무 짧아도 정말 안 됩니다. 그래야 구두를 신었을 때도 바지의 주름과 라인이 그대로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
 
7. 엉덩이 부분은 뜨는 곳 없이 잘 맞아야 합니다.
소위 '오리 엉덩이'의 경우가 좀 어려운데요, 이 스타일은 허리가 젖혀져 있어서 기성복을 입으면 거의 대부분 허리와 엉치 쪽에 보기 싫은 라인이 생기고 말죠. 이 부분을 제대로 잡아줘야 바지가 멋지게 떨어집니다. 또한 청바지를 입은 것처럼 주변이 뜨지 않도록 신경쓰세요.
 
8. 넥타이는 길이감이 중요합니다. 끝 부분이 벨트 버클 중앙에 닿도록 하세요.
 
9. 와이셔츠는 너무 풍성한 걸 입지 마세요.
울 신랑이 예전보다는 배도 나오고 체중도 늘었지만 나름 멋진 "수트빨"을 간직하고 있는데 와이셔츠 안에 런닝 입는 건 저도 어쩔 수가 없네요. ㅎㅎㅎ 패션지나 영화를 보면 와이셔츠는 이너웨어니까 런닝은 절대 안 입죠.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나라 와이셔츠들이 품이 풍성하게 나오기 때문에 사실 안에 런닝 안 입고 입으면 좀 썰렁하고 추울 것 같아요. 와이셔츠가 풍성해지면 슬림한 수트를 소화하기도 좀 별로죠. 안에서 막 구겨지잖아요.  가능하면 단추 채우고  0.5센티 정도 여유 있는 와이셔츠를 입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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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제 개인적 생각으로 우리나라 역대 최고의 수트빨을
자랑하던 사람은 누굴까 생각해 보니
세 명이 떠오르네요.
90년도에 히로뽕으로 구속되었던 노충량이란 탑모델,
지금은 영화배우로 맹활약중인 차승원,
그리고 주지훈.
 
이에 대해 이의가 있으신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자타가 공인하는 마들 몸매의 소유자 강동원은 왜 거론을 안 하냐고도 하실 수 있죠. 프** 옴므, 디* 옴므를 우리나라에서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모델이니까요.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수트빨은 넘 가늘가늘한 걸로는 뭔가 부족한 것 같아요.
 
이 세 명의 수트빨을 잘 보시면 남편이나 남친의 수트빨을 위한 전략이 생기실 겁니다.
현실의 비애를 느끼게 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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