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

중년 남성 '옷차림 황금비율'

서경이 2007. 5. 2. 14:01
남성 멋내기가 심상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평범한 중장년층 직장남성들에게 패션은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일 뿐이다. 자식들 뒷바라지와 직장 내 생존게임 만으로도 머리가 허옇게 셀 지경인데 패션이라니, 딸린 식구 없는 20대 싱글이면 모를까 멋내기에 쓸 돈과 시간은 물론 마음의 여유도 없다. 아니,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고민은, 갈수록 세련된 옷차림이나 스타일 감각도 능력의 한 종류로 평가되는 현실이다. 노무(No More Uncleㆍ아저씨 되기를 거부하고 자기에 투자하는 남자)족 까지는 아니어도 경쟁력 없는 무색무취 아저씨로 남고싶은 생각은 아니건만 도대체 40대 이후 남자도 멋이 나긴 나는 걸까?

최근 점심을 함께 한 중년 여성은 또래의 남성 직장동료들의 패션감각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니, 넥타이를 왜 그렇게 길게 매? 40대만 넘어가면 다들 넥타이가 허리 띠 밑으로 7,8cm는 기본으로 내려가는 거야. 그래서 물어봤더니 키가 커보이라고 그런대. 세상에, 그게 더 키가 작아보이는 걸 모르나 보지.”

그러고 보니 젊은 세대는 허리띠에 살짝 닿는 정도로 짧게 매는 것이 요즘 유행이지만 중장년층에서도 나이가 많을수록, 키가 작을수록 넥타이를 길게 매는 경향이 있다.

중장년 남성의 평균 키에 비해 넥타이 규격이 좀 긴 것 아닐까 싶지만 타이의 길이는 매듭 방식에 따라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건 일종의 집단적 습관 혹은 선입견 탓일 수 있겠다.

길이의 문제는 중년이후 달라지는 체형과도 관계가 있다. LG패션의 마케팅 담당 고위간부가 사석에서 털어놓은 경험담은 이렇다. “중년이 되면서 키는 똑 같은 데 바지 길이가 짧아진 거예요. 뱃살이 생기니까 바지를 배 위로 끌어올려 입기 시작한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똑 같은 바지가 다시 길어졌어요. 배가 더 나오니까 이젠 허리를 배꼽 밑으로 내려 입어야 편하거든요. 길어질 밖에요, 하하.”

패션 전문가들은 남자들의 멋내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길이, 다시 말하면 비율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 자신 옷 잘입는 남자이면서, 기업체 CEO들의 스타일 전도사로 맹활약하고 있는 패션디자이너 박윤수씨는 “옷입기도 일종의 과학이에요. 자기 체형을 알고, 그에 맞는 비율을 찾아내서 입으면 굳이 명품 찾고 유행 좇지 않아도 스타일을 살릴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스타일의 황금 비율을 찾는 첫번째 원칙은 ‘자기 몸에 맞게 입는 것’이다. 박씨는 “40대 이상 한국 남자들은 대부분 크게 입어요. 우스개로 말하면 다 어머니들 탓이에요.

무조건 큰 사이즈를 사서 첫 해는 걷어 입히고 다음 해 맞게 입히는 식으로 키웠기 때문에 크게 입는 데 익숙하거든요. 그렇지만 크게 입으면 40세는 50세로 10년은 더 늙어 보여요” 란다.

같은 의미에서 스타일상으로는 펑퍼짐한 아메리칸 스타일 보다 허리선이 잘록하게 들어가고 신체의 곡선미를 살리는 유러피안 스타일 정장에 주목하는 것도 필요하다.

재킷의 총장과 소매 길이를 맞추는 것은 두번째 원칙이다. 총장은 재킷의 길이로, 똑바로 섰을 때 엉덩이 선에 딱 맞는 정도가 황금 비율이다. “그런데 아무리 설명해도 엉덩이를 덮고도 남을 만큼 재킷을 길게 입어요. 뒤에서 보면 영락없는 숏다리로 보일 밖에요. 재킷만 제 비율을 찾아서 입어도 스타일이 90%는 산답니다.”

재킷 소매는 안에 입은 셔츠가 1cm쯤 노출 될 정도로 짧은 것이 정상이지만 이 역시 손등을 덮을 정도로 길게 입는 것도 문제다.

바지는 앞주름이 두 개 잡힌 투 턱(two-tuck) 스타일에서 벗어나는 것은 황금 비율을 만드는 세번째 원칙이다. 투 턱 바지는 착용감은 편하지만, 통이 큰 만큼 웬만큼 큰 키가 아니라면 옷차림에 긴장감이 떨어진다.

“사이즈를 한 치수 정도 큰 바지를 사더라도 주름이 없는 노 턱 스타일을 고르는 것이 훨씬 몸매를 날렵하게 표현해줍니다. 바지 통이 좁아지기 때문에 키도 커보이고, 무엇보다 엉덩이에서 허벅지 부위가 펑퍼짐한 인상을 피할 수 있어요.”

패션계에서는 ‘바느질은 올을 다툰다’는 경구가 있다. 실 한 올 정도의 작은 오차도 스타일을 확연히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원 버튼이나 투 버튼 재킷의 유행에 따라 V존이 길어지면서 올 봄에는 라펠의 폭도 0.5~1cm 가량 좁아지고 있다. 가장 근사한 황금비율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박씨는 “지금 20대 남성은 디올 옴므의 스키니 팬츠도 세련되게 소화하지만 40대 이후는 아내가 사다 주는 옷 아니면 단벌신사로 연명할 정도로 패션을 통한 자기 아이덴티티 구축에 약한 것이 문제”라며 “유행은 몰라도 스타일은 있어야 남성의 원숙미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했다. 100% 동감이다.


디자이너 박윤수씨가 추천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스타일링 팁

▦ 감색 정장에 흰셔츠는 피하라

감색은 검은색 회색과 함께 대한민국 남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신사복 색상이지만 색상 이미지는 차갑고 인정머리 없어 보인다. 흰 셔츠는 이런 인상을 강화하므로 역효과. 흰 셔츠 보다 약간 가라앉은 듯한 색조의 파스텔 셔츠로 완화시키는 것이 좋다.

▦셔츠에 타이는 동일 계열 색상이 좋다

젊어 보인다고 오렌지색나 노랑색 타이를 매는 경우가 흔하지만 세련된 느낌은 떨어진다. 외국의 성공한 CEO들을 보면 동일 계열의 타이를 고르거나 원색 보다는 카키 옐로우그린 등 혼합색을 주로 이용한다.

▦ 피부관리 보다 헤어스타일에 투자하라.

동네 이발소 대신 미용실에서 자르기를 권한다. 동양인은 검은 머리에 얼굴이 커서 시선이 얼굴쪽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때 머리 모양이 투박하거나 스포츠 스타일 처럼 무미건조하면 전체적인 이미지가 처진다.